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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노인의 스펙, 지하철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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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04회 작성일 23-11-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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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 어느 주말 오후. 부부싸움 뒤 집을 나섰다. 쫓겨난 것인지, 스스로 박차고 나온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튼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집 근처 전통시장의 막걸리집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걸리와 함께 나온 부추전이 혼자 먹기에는 많아 보였다. 조금 떨어져 옆에 나란히 앉아 계시던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이 전 좀 나눠 드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혼자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서요.”

“아이고, 고맙네. 이 녹두전도 나눠 먹읍시다.”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일흔을 갓 넘긴 두 노인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던 ㅎ제과 공장을 30~40년 동안 함께 다니다 퇴직한 분들이었다. 한쪽은 몇년 전 아들 앞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아들이 결혼할 생각을 안 해 걱정이라면서도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10억원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자그만 상가건물을 사서 꼭대기 층에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는 다른 쪽도 “아파트도 아닌데 뭘…”이라며 겸양을 보였지만, 상가 월세 얘기를 할 땐 여유가 느껴졌다.

양천구, 강서구 쪽에 산다는 그분들께 ‘무슨 일로 서대문구까지 오셨냐’고 여쭸다. “우리 나이에 뭐 할 일이 있겠나. ‘공짜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안산 자락길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와봤지.”

산을 찾고 막걸리 잔을 기울일 정도의 건강, 경제적인 여유, 오랜 친구와의 마실에 ‘나름 부러운 노년 생활을 보내시는구나’란 생각도 잠시,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지하철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 사시며 버스비도 아까워 한두 정거장 거리는 걸어다니시는 분.

기사로나 보았던 ‘지하철로 유람하는 노인들’을 보며, 머릿속에서는 ‘한평생 열심히 살았으니 사회가 이 정도 혜택은 줄 수 있지’, ‘그렇다면 그 혜택에서 제외된 지방 노인들은 뭔가’라는 두 가지 상념이 부닥쳤다. 지방 출신이라 그럴까, 아무래도 후자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런저런 근거를 대보려 했지만, 지방 노인에 대한 역차별이자 소득재분배에도 어긋나는 역진적인 정책 아니냐는 의구심은 풀리지 않았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폐지하되 그 액수만큼을 소득과 교통 불편 정도 등에 비춰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하는 건 어떨까, 하고 나만의 잠정 결론을 내렸더랬다.

http://naver.me/xFVt4k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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