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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푸틴, 동맹국 눈치에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 [오은경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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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02회 작성일 23-11-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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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news.naver.com/mnews/article/586/0000048933?sid=104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러시아 길들이기 외교 주목

우크라이나 전쟁 약점 파고들며 실리 톡톡히 챙겨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조기에 치러진 대선에서 약 82%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처음 대통령으로 선출된 2019년 당시에는 전직 대통령 나자르바예프의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국제사회도 토카예프 대통령의 개혁과 독자적 노선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예기치 않았던 유혈 사태 발생 때문이었다.


지난 1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발생하자 토카예프는 진압을 위해 러시아 군대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카자흐스탄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러시아가 주도하는 구소련 국가들의 군사동맹) 가입국이라고는 하지만 외국 군대를 등에 업고 시위를 진압한 것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긴장을 야기시켰다. 특히 러시아의 입김이 카자흐스탄에 강해질 경우, 중앙아시아 전체가 다시 러시아의 손아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직업 외교관 출신인 토카예프는 노련한 외교술을 발휘했고, 그리 호락호락 푸틴의 손에 놀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상왕' 노릇을 하면서 여전히 카자흐스탄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던 독재자 나자르바예프를 재빠르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나자르바예프 측근 세력까지 숙청을 마친 토카예프는 국내에서 자신의 입지와 권력을 다지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다음 단계는 개헌이었다. 그는 9월5일 중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제로 바꾸는 내용의 과감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77%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개헌안은 통과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원래 2024년이던 대선을 조기 대선으로 당겼다. 현직 대통령인 자신은 단임제의 예외로 두는 조건으로 재출마하면서 임기를 단축해 조기 대선을 치렀다. 다른 야당 후보 5명이 있었지만 모두 존재감이 없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결국 토카예프는 82%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 속에 7년 단임제의 첫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총 10년간 집권하게 되었다.


카자흐스탄, 러시아와의 거리두기에 성공


토카예프 대통령은 재선 절차가 마무리되자마자 곧바로 러시아로 달려갔다.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 푸틴과의 만남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토카예프가 러시아에 대해 보였던 '거리두기' 때문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 대통령답게 노련한 다자벡터 '중립 외교'를 표방하고 있는 토카예프는 모든 글로벌 강국과 우호 관계를 맺으며 경제 발전을 취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 해도 러시아란 존재는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지 3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독립을 구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산이다.


카자흐스탄이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독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러시아와 모든 분야에서 구조적으로 얽혀 있고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유혈 시위 때 러시아 군대까지 끌어들일 정도로 어쩔 수 없는 의존성을 보였다. 그런데도 토카예프는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대놓고 정면 도전을 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밝혔던 것이다.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추방하라는 러시아 요구도 묵살했다. 푸틴으로서는 이런 토카예프가 괘씸할 수밖에 없으나, 현재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런 푸틴의 약점을 잘 파고든 토카예프의 일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분 없는 전쟁'으로 몰아가면서 러시아와의 거리두기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카자흐스탄이 러시아 편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는 자국 또한 우크라이나와 다르지 않은 절박한 지정학적 상황 때문이다. 러시아와 대략 7599km의 기나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입장에서 러시아는 어디까지나 잠재된 '공포'다. 언제든지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러시아는 안보를 위협하는 '치명적 이웃'이다. 실제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당시,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도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다음 차례는 카자흐스탄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양국, '평등한 주권 관계' 대내외적으로 공포


국외 추방설과 국내 감금설로 소문만 무성한 채 존재를 알 수 없는 '몰락한 상왕'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천도한 것도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북부를 개발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이렇게 카자흐스탄에 러시아는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불편한 이웃이다.


러시아를 완벽하게 거부할 수도 없는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도 기권 표를 던졌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영토 보존과 주권 침해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반대한다는 강력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러시아의 편에 서는 실리외교를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와 외교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2022년 재선에 성공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와 '운명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임을 강조하면서, 양국 관계가 '평등한' 주권 관계임을 대내외적으로 공포했다. 더구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영토를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 수송을 위한 가스연맹 창설 방안까지 논의했다. 한마디로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카드를 손에 들고 지금 수세에 몰린 러시아와 푸틴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든 외교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푸틴의 입장에서는 카자흐스탄의 비위를 거스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카자흐스탄은 중국과의 관계도 내세우며 푸틴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에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나라 역시 카자흐스탄이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관계가 밀착되는 것은 푸틴 입장에서 전혀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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