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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당감동. 인연 따라 왔다 인연 따라 떠난다
글쓴이 김은찬[7] (2017.01.13 / hit : 2026)

해운대로 이사 온지도 벌써6년. 65년을 백양산 자락 당감동서 살았다

한곳서 60여년을 넘게 살았다면 터줏대감 중 터줏대감이다 옛말에 사람이나 미물이나

늙을수록 제자리로 찾아가는 희귀 본능이 있다는데 난 거꾸로다

 

가끔 왜 늘그막에 고향을 떠났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사람마다 사연이 있듯 낸들 왜 사연이 없을까

이유인즉 아들 내외가 맞벌이부부다 아들은 울산현대자동차 며느리직장은 침례병원

둘의 딱 중간지점이 해운대 아들은 울산을 열차로 통근 한다. 그래서 해운대로 이사를 했다

 

결혼 후 손주가 태어나고 손주의 양육 문제는 우리 몫이 됐다

해운대서 당감동까지의 거리는 약13km다

일요일 늦게 손주를 맡기면 5일간 우리가 키우다 금요일 퇴근 때 손주를 데려간다.

3년을 그렇다보니 서로의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생겨난다.

 

아들 쪽으로 이사 오는 게 서로가 편할 것 같은데 문제가 있었다.

백수를 앞둔 노모를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모는 80년 가까이 당감동에만 살았다

90을 넘겨도 정정했는데 95살을 넘기면서 약간의치매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노모가 문제될 것 같아서다

덜렁 이사를 하게 되면 노모의 생활환경이 확 바뀌고 그나마 경로당 친구도 없어진다.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무작정 돌아가실 때 까지 기다릴 수 없는 처지.

 

옛 부터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다,

한참 어미 애비의 사랑을 받아야할 손주가 할미 할아비 품에서 자라다니,

노모의 의중을 무시하고 눈 딱 감고 이사를 감행 했다

결정에 대한 평가는 후일 받기로 하고

 

이사를 오자마자 예상은 현실이 됐다 낮선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노모.

고민 끝에 노모를 사설노인 복지관에 보내기로 했다

통근버스가 9시에 와 모시고가면 오후5시에 집으로 모셔온다.

다행이 그곳서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안도 할 수 있었다

 

노모는 그렇게 2년을 복지관에 다니다 치매가 심해지면서 노인요양병원에 모셨다

병원서 100세를 5개월 남겨놓고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하직할 것을 낮선 객지 여기까지 모셔오다니…….

이렇지 않았으면 100세는 훌쩍 넘겼을 텐데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엄마는 우리 집 마지막 보루였는데 이젠 우리들 차례다

난 늘 오늘의 장묘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과연 시대의 흐름에 맞을까 이렇게 생각해왔다

 

글로벌세계화는 국적은 있어도 국경이 없는 사회다

앞으로 후손들은 지구촌 어딜 어떻게 살지 그땐 산소문제가 짐이 될 수 있다

조상에 혼쭐이 나도 내대에서 끝내자 이리하여 성묘 갈일 없도록 만들었다

 

이제 누구든 남기면 안 된다 남기면 조상을 욕보인다.

그래도 서운해 할까봐 마누라한테 의논을 했다 마누란 긍정을 하면서도 대답은 없다

애라 모르겠다. 이참에 내라도 정돈하자

대학병원에 전화를 해 시신기증 의사를 밝혔다 시신기증은 가족의 동의 없인 안 된다

 

대학병원의 규정대로 유언장에 유언을 적고 동의서를 제출했다. 모든 절차를 끝냈다

숙제는 끝내니 착잡함과 서운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시원했다

금송아지가 아무리 많았던들 다들 지나간 세월, 삶은 현재가 젤 중요하다,

즐거움은 먼 곳에 있지 않다 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나일 먹으니 지난날의 고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되고 입가에 미소의 여유도 있다.

누구든 늙는다. “늙는 게 싫다고 늙어 좋은 것도 더러 있다”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란 유행가가 히트를 쳤다 사랑 할 수 있는 나이엔 늘 활력이 있다

계절 따라 핀 꽃은 다 예쁘다 가을 겨울에 핀 꽃이라고 다를 수 없다

 

맑아 좋은 날도 있지만 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비오는 날이 좋을 때도 있다

나이 들면 회상할 수 있어 좋고 젊을 때 보다 여유가 생겨 좋고 눈물이 있어 좋다

그러기에 미움도 유연한 물처럼 흘러 보낼 수 있다

젊으면 젊은 되로 늙으면 늙은 데로 나름의 삶이 있고 그 삶속에 아름다움이 녹아든다.

 

내일은 아무도 모르는 미지세계, 다들 나름의 방향 되로 미지의 길을 걷는다.

나 또한 그렇게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방랑자,

그곳엔 만남이 있고 이별도 있다

세상사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별할 땐 언제든 떠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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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
  - 한말숙 [23]선배님!
언제나 많이 행복하시고,
오래 건강하세요...**^ - 2018.01.26 13: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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